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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서주석 차관을 문제 삼는 이유       

5.18 기념재단과 5월 단체가 어제(9일), 서주석 국방부 차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5.18 왜곡 조직 가담 의혹이 알려진 지 두 달 만에 5.18 관련 핵심 단체들이 서 차관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달 10일, 서 차관의 두 번째 광주 해명 방문이었습니다. 서 차관은 이 자리에서 ‘5.11 연구위원회 관련 자료 검증 결과 분석’이라는 문건을 5.18 재단에 건넸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명단에서 발견된 5.11 연구위원회는 왜곡의 핵심 조직이 아니었고, 국방부 5.18 특조위 보고서도 오류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서 차관의 5.18 왜곡 조직 가담 의혹이 나왔을 때만 해도 “한국국방연구원, KIDA 입사 3년차였던 내가 어떤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었겠느냐”는 서 차관의 해명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5.18 특조위가 해산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 구성원의 정체도 잘 알 수 없는 ‘후속조치반’의 검증이라며, 그것도 자신과 관련된 특조위 보고서 부분만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어려웠습니다. 

● '서O석'…차관 관련 내용은 빠졌다

당초 5.18 관련 자료의 은폐와 왜곡을 다룬 특조위 보고서 초안은 50페이지 분량이었지만, 최종 보고서에선 23페이지로 줄었습니다. 이건리 특조위 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위원들이 의결한 결과였습니다. 의결 과정 중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서주석 차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당초 초안에는 ‘서주석 차관이 과거 5.18 왜곡 조직 가담 의혹에 대해 개인적 참여는 물론 자신이 속했던 KIDA의 조직적 참여도 부인했다. 하지만 KIDA의 조직적 참여가 확인됐다. 서 차관이 작성에 가담한 문건이 다른 자료들과 달리 KIDA에 남아 있지 않아 개인적 참여에 대한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물론 서 차관의 실명도 그대로 적혔습니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에서 이런 내용들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본문에 적혀 있던 서주석 차관의 실명마저도 각주에 ‘서O석’으로 표시됐습니다. 최종 보고서만 봤다면 서주석 차관 의혹은 알아차릴 수 없게 쓰여진 것입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최종 보고서는 88년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국방부 정책기획실이 왜곡에 가담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당시 근무했던 사람들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권O해 실장(1993년 제30대 국방부 장관 역임), 한O구 중령(2010년 제36대 국방부 장관 역임).’ 사실상 실명을 적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전직 장관이라 공개하고 현직 차관이라 비공개 처리한 것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이 내용을 직접 쓴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는 “오류가 아니라면 조사관의 조사 내용을 100% 적는 것이 과거사 연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특조위 보고서에 아쉬움을 털어놨습니다.

● "후속조치반, 권한도 그럴 능력도 없다"

특조위 진행 중에만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닙니다. 서 차관 논란은 특조위가 해산된 이후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서 차관이 국방부 5.18 특조위 후속조치반의 검증 결과라며 특조위 보고서의 오류를 지적하는 자료를 만들어 5.18 기념재단에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후속조치반은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특조위 활동 결과에서 나온 60만 페이지 분량의 문건을 정리하는 게 주 임무입니다. 특별법에 따라 생기는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이 자료를 넘기는 게 제 역할인 것입니다. 특조위 조사에 참여했던 조사관이나 5.18 연구가는 한 명도 없고, 군인과 군무원으로만 구성된 조직입니다. 이런 조직이 5개월간의 특조위 조사 과정을 한 달 동안 검증해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김희송 교수는 “후속조치반은 그럴 역량도, 그럴 권한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서 차관과 후속조치반도 이런 반박을 인정합니다. 서 차관은 “자신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갖고 있던 후속조치반에 부탁을 해서 자료를 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후속조치반을 이끌었던 현직 대령도 “후속조치반은 자료의 목록을 만들고 보고서를 인쇄하는 정도가 임무이지 보고서를 수정할 권한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양 측 모두 “그런데 대체 왜 특조위 보고서를 ‘검증’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김 교수는 “서 차관 비호 목적 말고는 국방부가 별 다른 근거 없이 특조위 보고서 오류를 주장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 '서 차관 옹호' 특조위 위원, 자문위원 선임

이상한 일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종 보고서 인쇄를 마친 후속조치반이 해체되고 꾸려진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사전준비TF’의 구성 때문입니다. 이 TF에는 서 차관의 주장을 옹호하며 특조위 보고서의 오류를 지적했던 특조위 위원이 자문위원으로 선임됐습니다. 해당 자문위원은 SBS와의 통화에서 “국방부의 부탁으로 자문위원직을 수락했다”며 “특조위 보고서가 잘못됐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고, 서 차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실제 이 위원은 특조위 위원 중 유일하게 특조위 조사의 오류를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0일, 서 차관의 첫 번째 광주 해명 방문 자리에는 청와대 국정상황실 소속 행정관이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행정관은 SBS와의 통화에서 "광주 출신이라 서 차관을 5.18 기념재단에 안내해 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5.18 진상규명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서 차관 해명 내용은 알지도 못하고 관련도 없다"고 했습니다. 

앞서 서 차관은 “5.18 기념재단과 언론에 한 해명이 사실이 아닐 경우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5.18 재단이 서 차관의 해명 결과를 검증해 사퇴를 요구하자 “이미 여러 차례 진솔한 사과와 해명을 드린 바 있다”며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5.18 진상규명 작업을 국방부가 주도해도 되는 것인가.' 적어도 특조위 해산 이후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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