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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MBC 방화는 민간인 위장한 군인들 소행”
<1> 광주 MBC 방화 의혹
"자전거 탄 특정인이 반복적 부추겨" 목격자 증언
과격시위 유도 계엄군 운용한 ‘편의대’ 소행 추정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잔혹함과 시민들의 분노, 항쟁이 끝난 뒤 광주 모습이 담긴 영상이 38년만인 지난달 9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3에서 처음 공개됐다. 계엄군들이 탱크를 앞세우고 광주 도심에 진입하고 있다. 뉴시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MBC 방화 사건이 특수임무를 맡은 군인들의 선동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계엄군의 과잉진압을 보도하지 않는 언론에 분노한 시민들이 불을 질렀다는 기존의 정설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1980년 5월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은 한 남성이 지속적으로 방화를 부추겼다고 입을 모아 증언하는 상황. 5.18 연구자들은 이 남성이 일반 시민으로 위장해 공작을 펼친 ‘편의대’(便衣隊)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5.18 때 전남도약사회장을 맡았던 이영권(84)씨는 11일 본보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80년 5월20일 목격한 광주 MBC 방화 사건의 전후 상황을 증언했다. 당시 이씨가 운영했던 약국은 광주 MBC 건물과 불과 100여m 거리에 위치해 그 일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씨는 “시민들 사이에서 언론사 건물에 불을 지르자는 얘기가 5월19일부터 나왔다”며 “하지만 일부 시민들이 ‘이 또한 국가 재산’이라며 가로막아 방화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MBC 건물이 불에 탄 것은 이튿날인 20일 오후 9시께. 이씨는 “이날 낮부터 신원불상의 한 남성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시민들을 향해 ‘언론사에 불을 질러야 한다’며 부추겼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당시 광주의 참상이 외부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 상황에서 흥분한 시민들이 실제 이 남성의 말에 따라 방화를 하기 위해 MBC와 옛 전남일보, 광주전화국 등지를 오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번번이 방화를 해서는 안된다며 가로막는 시민들이 나타났다. ‘검열 등 언론통제로 정상적인 보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이성적인 설명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자전거를 탄 남성은 계속 돌아다니며 선동을 이어갔다. 이씨는 “그 남성이 자꾸 불을 질러야 한다니까 일각에서 ‘저거 프락치 아니냐’, ‘빨갱이보다 더 심한 놈이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몇몇 시민이 그 남성을 잡으려고 뒤쫓자 도망치더라. 전화국 앞에서 시민들이 ‘저놈이 나쁜 놈이다’라며 쫓고, 도망가고 그러다가 결국에 붙잡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시민들이 붙잡은 남성을 간첩으로 여기고 상무대 계엄사령부에 넘긴 것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현장을 다녀온 시민들이 전한 계엄군의 반응은 이상했다. 이씨는 “거기 갔던 시민들이 ‘군에 그 남성을 넘겼더니 군인들이 웃더라’면서 군이 심어놓은 첩자인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놨다”며 “지금도 그가 시민들을 흥분시켜 소란을 일으키도록 선동한 군 요원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당시 취재기자로 활동했던 나의갑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도 같은 증언을 내놨다. 나 관장은 5월20일 오후 3시 전후 MBC와 옛 전남일보 건물에 불을 지르고자 모인 시민들을 설득해 돌려보낸 기억을 떠올리다 “그때 누군가 ‘불을 질러야 한다’고 외치며 돌아다녔다”고 회상했다.

그는 “낮 동안 결과적으로 방화를 저지했는데 밤중에 건물이 불 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시민들에게 신군부의 통제로 보도가 불가능한 언론사의 사정을 설명하면 물러났던 점을 감안하면, MBC 방화 사건은 이상한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나 관장은 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전하기 위해 한 여성이 작성한 영문 편지를 언급하며 “편지 내용에서도 MBC 방화 사건이 등장하는데, 작성자에 의하면 대학생들이 불이 난 건물을 진화하기 위해 분투했다는 대목이 있다”면서 “그 만큼 당시 광주 시민들은 상당히 이성적으로 행동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선동을 했거나, 직접 불을 지른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 관장은 선동의 주체가 일반 시민으로 위장해 공작을 펼친 ‘편의대’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5.18 당시 민간인으로 위장한 편의대가 광주시민들 사이에 파고들어 ‘유언비어’를 흘리거나, MBC 방화사건처럼 의도된 ‘선동’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 관장은 “5월18일 오전 전남대 정문 앞에서 벌어진 대학생과 계엄군 간 대치 상황에서도 편의대로 추정되는 신원불상의 남성이 ‘박관현이 계엄군에 붙잡혀 31사단에 연행됐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학생들을 극도로 흥분시킨 일도 있었다”며 “시민들을 폭도로 몰고자 과격 행동을 하도록 선동하는 임무를 수행한 자들이 분명히 존재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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